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법무부에서 영문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한영통번역사 이윤정이라고 합니다. 한동대학교 통번역대학원 17기 졸업생입니다.
Q. 현재 소속된 기관과 담당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저는 현재 법무부 난민심의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난민심의과는 난민인정 신청 결과 난민불인정결정을 받은 사람, 난민인정이 취소 또는 철회된 사람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전담하는 부서입니다. 기본적으로 이의신청 조사 시 발생하는 모든 통번역 업무를 수행하는데, 법률 번역 비중이 가장 높고 유엔난민기구, 국제이주기구 등 관련 기관과 소통 시 통역도 수행합니다.
Q.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거나 통번역사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나요? 특별한 에피소드도 좋습니다.
국가기관에서 일하다보니 국가를 대표해서 일하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국제회의가 있었는데 한국 측에서 발표하는 연설문, 실무진급 회의 자료 등 모든 자료가 제 손을 거쳐갔어요. 이럴 때 정말 뿌듯하고 관계자분들께 ‘덕분에 잘 마무리했다’라는 격려의 말을 들으면 통번역사하길 참 잘했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하면서 우리나라의 정책을 거시적으로 보는 안목도 생겨 재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출입국하는 외국인이라면 작성해야 하는 각종 서류의 번역도 법무부 통번역사들이 하고 있는데, 한국을 찾는 모든 외국인이 본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난민업무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고요.
Q.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외국계 회사와 주한 외국대사관에서 일하면서 통번역사 분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고용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어떤 일인지 통번역사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었죠.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직장에 매일 필요가 없고 원하면 프리랜서로도 얼마든지 생활할 수 있는 직업인 듯 보여서 늘 부러웠어요.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아 몇 년 동안 망설이다 20대 후반에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싶어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죠.
Q. 대학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 통역을 나가던 날, 동기들이랑 바다가 보이는 까페에 앉아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던 날, 교수님들과의 교제… 한동대에서는 정말 매일 매일이 특별했지만, 수업을 듣던 중 생애 처음으로 지진을 겪는 바람에 그 기억이 뇌리에 박혔네요. 엄청난 굉음과 여기저기서 들리는 비명 소리… 정말 위험할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 그 혼란 속에서도 자기 자신보다 서로를 챙기는 동기들과 교수님들의 모습에 더 놀
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에도 몇 달 동안 여진이 계속되어 어쩔 수 없이 줌으로 수업을 했었어요. 처음에는 낯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통역 환경이 비대면으로 바뀌었어요. 이때 줌으로 통역수업을 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말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자신만의 언어/통역/번역 공부법이 있을까요?
딱히 비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언어와 통번역은 특히나 요령이 통하지 않는 분야인 것 같아요. 꾸준한 연습과 배경지식 습득만이 답이 아닐까요? 언어는 며칠만 쓰지 않아도 입이 굳으니까요. 스트레스에는 운동과 잠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식사나 디저트, 친구들과의 수다도요…!)
Q. 재학 중인 후배나 한동대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재학 중인 후배님들께는 한동대만이 가진 장점을 마음껏 누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한동대는 어떻게 보면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는데, 이게 가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뒤집어 보면 동기, 선후배, 교수님들과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할 기회이고 공부하기 좋은 그런 환경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실제로 저는 평생의 은사님들과 벗을 한동대 통대에서 다 만났습니다. 지금도 교수님들께 통번역뿐 아니라 다양한 인생 조언을 얻고 있어요. 잘 맞는 동기들과는 스터디할 때나오는 각종 주제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했는데, 덕분에 힘든 통번역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고요.
한동대의 문화, 전인교육의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한동대에서의 생활이 어떻게 빨리 효율적으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만 생각하는 목표 지향형 인간에서 어떻게 즐겁게 행복하게 ‘함께’ 갈 것인가를 생각 하는 과정 중시형 인간으로 바뀌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중요한 인생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동대에서 찾았다고 할 수 있지요. 저는 학교에서 정말 많은 것을 얻었는데 후배님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진학을 고민 중인 분들은 아마 제가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하고 계실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처음부터 한동대 통대에 가고 싶었지만, 연고지가 아닌 먼 포항에서 지내는 것이 두려웠고 적지 않은 나이에 진로를 바꾸는 것, 학비와 자취 등의 기회비용, 졸업 후 일자리 문제와 직업적 전망 등을 따져볼 때 통대에 가는 것 자체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론적으로는 모든 선택에 장단점이 있고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선택지를 나열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정리해 보는 것도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장점이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가 되어야 경제적인 선택이겠죠. 하지만 세상에는 경제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많죠. 답은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
Follow your heart.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