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 기수, 현재 일하고 있는 기관)
안녕하세요. 한동 통번역대학원 7기 김지혜입니다.
저는 졸업 직후 방글라데시에서 4년간 선교 사역을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와
게임 회사의 로컬라이제이션 팀에서 한영 번역 및 프로젝트 관리를 하는 Language Specialist 로 일을 하다가 현재는 Localization Producer로 일하고 있습니다.
2. 현재 소속되어 있는 기관을 소개해주시고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현재 Ocean Drive Studio 라는 게임회사의 로컬라이제이션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개발사가 한국에 있어 한국어로 게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게임 내 텍스트를 영어 및 영어 기반 유럽어 및 아시어 언어로 번역을 진행하고 소프트웨에 내에서 언어 품질을 확인하는 로컬리제이션 과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3.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 또는 통번역사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특별한 에피소드도 좋아요.
지금 회사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넷마블이라는 모바일 게임 회사에서 한-영 게임 번역팀을 관리하는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번역가가 새로 들어오면 번역 트레이닝을 시키고, 또 팀원들이 한 번역 중에 오역이 발견되는 피드백을 주는 일을 했는데, 통번역 대학원 시절 수업을 들으면서 항상 했던 번역 숙제나 동기들과 스터디를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번역 훈련을 전문적으로 받지 않고도 언어를 좋아해서 번역일을 시작하게 된 사회 초년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던 일이 보람이 있었고 기억에 남습니다.
영어를 도착어로 번역을 하는 번역가들은 대부분 모국어가 한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미묘한 뉘앙스나 뜻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이 있는데, 영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저에게 일터에서 나만의 장점을 인식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서 사내 신입 번역사를 위한 번역 가이드를 작성하였는데 역시 대학원 시절 고민하고, 실수하고, 배웠던 경험을 녹여내어 작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힘들었던 대학원 시절이 결실을 맺은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다.
4.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통번역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나 계기는?
글을 읽고 쓰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나의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은 자신이 없었는데,
번역은 이미 쓰여 있는 글을 번역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껴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5. 대학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대학원 시절 2년간의 언어 훈련은 하루하루가 도전이었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같은 강의동에서 공부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채플 옆의 언어교육원에서 수업을 들었는데, 건물 뒤로 돌아가면 바로 언덕이 있었습니다.
통역 수업을 마치고 저의 실력에 한계를 느끼고는 좌절해서 그곳으로 가서 몰래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도 수업을 마친 후에 마음이 답답해지면 거기에 가서 기도를 하며 조용히 저만의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과연 공부를 마칠 수나 있을지, 졸업을 하면 제가 실력을 갖춘 통번역사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때의 저 자신에게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6. 자신만의 언어/통역/번역 공부법이 있을까요? (또한 자신만의 스트레스나 긴장 관리방법이 있나요?)
회사에서 번역가로 일했을 때, 다른 번역가가 잘한 번역이 있으면 메모해 두고 다시 보곤 했습니다.
‘아, 나라면 절대 이렇게는 못 번역했을 것 같은데’ 같은 표현을 종종 볼 때가 있는데 저도 배우고 싶어서 적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 번역 중에는 틀린 번역을 메모해 두었다가 다시 보고 같은 실수는 다시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스스로에게 자극과 격려를 주기 위해 공사현장에 있는 ‘무사고 _일째’ 현황판에서 힌트를 얻어 책상 위에 칠판을 두고 ‘00 DAYS WITHOUT A MISTRANSLATION’를 기록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오다가다 칠판을 보게 되어서 본의 아니게 팀 전원에게 저의 오역 사고 기록을 공개하는 격이었지만 덕분에 동료들의 관심도 받고 저를 따라 같이 현황판을 기록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7. 재학 중인 후배나 한동대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번역 트랙에 관심이 있는 분 중에서 출판 번역보다 소프트웨어, 앱, 혹은 미디어 번역에 관심이 더 많으신 분들이 있으면 로컬라이제이션(L10N) 분야로 진로를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출판 번역은 번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진입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로컬라이제이션은 관련 전공자라야 진입할 수 있는 직업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L10N 업계에서는 다중 언어 사용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어와 영어, 이중 언어가 기본인 한동 통번역 출신들에게 더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번역을 직접 하거나 번역 아웃소싱을 관리하는 로컬라이제이션 코디네이터, 번역 업체를 통해 진행한 번역 데이터를 관리하고, 소프트웨어에 적용된 언어 검수를 하는 로컬라이제이션 프로그램 매니저, 그리고 다양한 언어 적용을 원활히 하기 위해 제품 개발 과정부터 참여하는 로컬라이제이션 프로듀서 등이 대표적인 직종이며, 대학원에서 공부하실 때부터 알아보시면 졸업 후 좀 더 다양한 진로를 추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L10N 관련 직종은 팬데믹 이후 시장에서 인력의 수요가 많이 증가한 직종의 하나로 미국에서도 작년보다 올해 구직 시장에서 더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8. 크리스찬 통번역사로서의 특별한 사명과 소명 또는 크리스찬 통번역사에게 통번역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크리스찬 통번역사로서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통번역사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눈과 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돕는 helper이자 bridge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하나님께 이런 역할에 대한 소망과 지혜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문적으로 통역사로 일을 해 본 적은 없어서 통역 분야는 모르지만, 번역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는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결정이 많이 없어서 일에 흥미를 금새 잃어버리는 사람을 종종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번역은 클라이언트, 즉 텍스트를 작성한 사람이 원하는 의미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스타일대로, 원하는 분량을 작업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나 본인이 원하는 바가 타인의 필요를 보고 채워주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통번역가의 길을 즐겁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