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 기수, 현재 일하고 있는 기관)
안녕하세요. GSIT 11기 졸업생 김주은입니다.
지금은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 근무한 기관을 소개해주시고 담당한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대학원 졸업 후 포항시청에서 시장 전담 의전 통역 및 국제협력과 통번역 업무를 맡았습니다.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시애틀에 있는 IT 로컬라이제이션 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 및 인하우스 번역가로 근무했습니다.
이 회사는 Microsoft, Google과 같은 글로벌 IT기업에서 현지화 번역 작업을 의뢰받는데,
의뢰기업이 글로벌 기업인 만큼 철저한 품질관리 과정을 통해 높은 번역 퀄리티가 요구됩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번역작업을 수락(또는 거절)한 다음,
적합한 번역가 및 리뷰어에게 배정하여 마감일까지 의뢰기업에 납품합니다.
현재는 프리랜서 번역가로 출판도서, 영화자막 등 주로 한영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한동통번역연구소 번역위원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는데요,
대표적인 작업은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간한 『코리안 미러클』 영문판 번역이었습니다.
3.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 또는 통번역사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특별한 에피소드도 좋아요.
포항시청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포항시와 자매도시인 호주 호바트시에서 시장 일행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호바트 시의원 한 분이 갑자기 응급실에 가게 되었습니다.
혈전증으로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의원님 곁에서 통역해 드리고
치료받는 동안 최선을 다해 도와드렸을 때 저는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 계기로 개인적인 인연이 생겨서 제가 신혼여행을 호주로 갔을 때
그 사이에 호바트 시장으로 당선된 의원님 사택에서 머물면서 과분한 대접을 받았답니다.
4.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통번역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나 계기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단순히 한국과 미국 간의 다리 역할을 하고자 통대원을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통번역사라는 직업이 제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저는 MBTI 성격유형검사에 따르면 ISFJ 유형인데,
이러한 ‘수호자’ 유형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추구하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도울 때 보람을 느끼고,
내향적이어서 나서는 일을 꺼리고 뒤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등
통번역사의 특성을 많이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5. 대학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1학년 1학기, ‘한국어 숙달’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인데요,
국내 시사 잡지를 주어진 시간 내에 읽은 다음에 읽은 내용에 대해 시험을 봐야 했습니다.
한국어가 아직 많이 서투른 재미교포였던 저에게는 너무나 어려웠고
100점 만점에 20점, 제 인생에서 가장 낮은 시험 점수를 맞았습니다.
전부 한국어 네이티브인 동기들과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대학원 생활을 과연 잘해낼 수 있을지 깊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 수업이 있던 날, 미국에 있는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대학원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눈물로 호소할 정도였습니다.
6. 자신만의 언어/통역/번역 공부법이 있을까요? (또한 자신만의 스트레스나 긴장 관리방법이 있나요?)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저에게 가장 잘 맞았던 공부법은
연설문 암기와 ‘역번역’(back translation)이었습니다.
한국어 문장력과 발음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했기 때문에 한글 연설문을 한 단락씩 이어가며 암기해서 수시로 읊었습니다.
그리고 ‘역번역’을 할 때는, 국문 원고를 영어로 번역한 다음,
영문 원고만 보고 다시 한국어로 번역합니다.
저는 원문과 완벽히 일치할 때까지 역번역을 반복했습니다.
의외로 원문 그대로의 표현들이 생각나지 않고 맞춤법, 띄어쓰기 등 문법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입니다.
저와 반대로 영어->한국어->영어 순으로 역번역 연습을 하면,
한국 학생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정관사/부정관사 (a/an/the) 사용법을 비롯한 영문법을 빠르게 익힐 수 있습니다
7. 재학 중인 후배나 한동대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제가 부족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주눅 들고 힘들어할 때 어느 한 교수님께서 어디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시작점이 모두 다를 수도 있으나 꾸준한 노력을 통해 나에게 가장 약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애쓰다 보면 어느새 많이 발전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한동대의 통대 생활은 경쟁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