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대 소식

[인터뷰] 15기 김진실 (한국공항공사)

졸업생 인터뷰, 통대소식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한국공항공사 홍보실 국제협력부에서 일하고 있는 한동대 통대 15기 김진실 입니다.

Q. 현재 소속된 기관과 담당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한국공항공사는 한국에 14개 국내 및 국제 공항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으로 공항 건설과 관리 외에도 다양한 항공분야 사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영어 자문관(으로 입사하여 정규직 전환 후 과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통번역이 주 업무이고 공항공사 사장님을 비롯한 임원 통역이 우선순위 입니다. 번역은 본사를 포함한 전국 15개 사무소에서 번역 검토 요청이 있습니다. 주로 공문이나 자문게시판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요청이 들어오고 이에 대한 스케줄 관리는 스스로 합니다. 

통번역 업무 외에도 소속된 국제협력부의 각종 업무를 도맡고 있습니다. 주로 국제기구 관련 업무가 많아 해외 기관들과 연락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했던 주요 업무는 국제행사를 한국에 유치하는 유치제안서를 영어로 작성하는 일이었습니다. 
사내에서 신입사원 혹은 팀장급 채용 면접에 영어 면접위원으로 참여할 때도 있고, 소규모 행사 영어MC를 보기도 합니다.

Q.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거나 통번역사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나요? 특별한 에피소드도 좋습니다.

입사 후 두 번째 사장님을 모실 때 있었던 일입니다. 새로 오신 사장님의 첫 해외 귀빈 방문 행사가 있어서, 인도상원의원이 방한을 하여 교육부 장관님을 뵙고 난 후 공항공사에 예방을 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인도식 영어 발음이 각 사람마다 격차가 심하다는걸 알았기에 저는 통역을 준비하기 위해 준비된 말씀자료 번역과 통역은 물론이고, 유튜브에 해당 의원을 검색해보았습니다. 마침 해당 상원의원께서 인도 국회에서 영어로 한시간 넘게 발표를 하는 영상을 찾게 되었고 그 영상을 집에서 밤새 틀어 놓고 들었습니다.

행사 당일 사장님과 인도 상원의원의 면담이 진행되었고, 예측 했듯이 생소한 발음에 회의에 참석한 공사측 사장님을 포함한 간부 모두가 당황했습니다. 저만 빼구요. 몇 날 몇일을 그분 목소리와 발음에 익숙해져서 처음 마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 발음이 귀에 쏙쏙 들어왔고, 다행히 면담과 통역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사장님이 저희 팀원 전체를 사장님 접견실로 불러 티타임을 하면서 그동안 타기관에서 일을 하고 여러 행사를 다니면서 많은 통역사를 만났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날 후 저희 팀 부장님도 어딜가나 사장님이 인정한 통역사라고 자랑을 해주셨어요)

통번역사로 일을 하다보면 분명 힘든 순간들도 많고, 실수를 거듭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때는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스스로 불만족스럽고 괴로우며 또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준비한 만큼 또 빛을 발하는 날에는 기쁨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제 한국에서 영어는 기본적으로 모두가 구사할 수 있고 또 알아듣는 언어다보니 특출나기 어렵다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아들었다고 해서 모두가 통역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치만, 조금 어려운 상황, 난이도가 높은 통역을 해내었을 때 내가 정말로 언어와 언어를 잇는 통역사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Q.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저는 영어라는 도구로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영어 선생님, 통번역사, 영어 아나운서/MC 등. 이 중에 영어 실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하여 통번역사가 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어 결심하고 도전했습니다.

Q. 대학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통대 2년은 결국 졸업시험을 위한 경주이기에 늘 시험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있었습니다. 2학년이 되어서는 그게 더욱 심했던 거 같아요. 저는 수업중에서도 영한동시를 어려워했어요. 당시 교수님도 무서웠고, 또 한영 보다는 영한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름 방학을 맞이하였는데 무기력증에 빠져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냥 영어 소설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절 지켜보던 어머니의 부탁(?)과 권유로 신약성경을 영어로 통독했습니다. 통독을 하면서 영어를 한국어로 어머니께 해석해드리며 방학 내내 성경을 소리내어 읽고 또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그렇게 일독을 마치고, 방학이 끝나 돌아와 2학기 첫 영한동시 수업에 참석했습니다. 동시통역 부스에서 통역을 하고 나왔는데 모두가 무서워했던 교수님께서 절 지목하며 방학때 무슨 공부를 했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차마 성경을 읽었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우물쭈물대니, 교수님께서 입에 모터가 달린거 같다고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학기 중에는 수업을 따라가느라 성경 읽기를 소홀히 했는데, 시험을 한 달 앞두고 동시통역이 잘 안되었어요. 학기 초반에 칭찬을 해주셨던 교수님도 걱정하실 만큼 동시통역 부스에서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침묵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때 다시 졸업시험 준비와 함께 영어성경 통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졸업 시험에 통과했어요. 할렐루야!

Q. 자신만의 언어/통역/번역 공부법이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 듯이 통역을 앞두고 저는 영어 성경을 주로 읽으면서 입과 혀를 풀면서 동시에 긴장을 푸는거 같아요. 하지만 이건 통역하기 직전에 최고로 긴장했을 때 쓰는 방법이에요. 통역을 나가기 전 또는 번역을 하기 전에 해당 분야에 관련한 자료를 한국어와 영어로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찾아봅니다. 보도자료부터 시작해서 연설문, 연구 보고서, 영상 등 다양한 source를 접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료를 수집하고나면 키워드(전문용어)와 동사/서술어 위주로 공부합니다. 어쨌든 통역은 모르는 단어만 없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관련 분야에 대해서 나올 수 있는 내용들을 최대한 많이 인풋 시키려고해요.

그리고 저는 통대 다니면서 생각보다 함께하는 스터디가 도움이 되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말하면 늘 스터디를 강조했던 교수님들 눈치가 보이는데…그만큼 저는 혼자만의 공부시간도 중요했어요. 수업 주제가 정해지면 주제 관련 기사와 연설문을 수십개 뽑아서 용어 정리를 하고 어느정도 기초 지식이 쌓인 상태에서 통역 스터디를 해야하는데, 간혹 마음이 급해서 공부를 하기도 전에 스터디부터 하자고 하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러면 통역 퍼포먼스도 엉망이고, 크리틱 해주기도 어려울 뿐더러 자신감만 잃고 시간은 낭비하는 상황이 됩니다.

준비되지 않은 통역은 통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현장에서 정말 급하게 투입되는 통역을 할 수 있지만 아무리 바빠도 하루 전날 노티스는 주어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고 통역하는 습관을 통대에서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일 불려간 통역도 있네요….조지부시 미국 전대통령이 방문하여 귀빈실에 통역하러 갔는데 간단한 인사말도 덜덜 떨면서 했던 기억이 있어요.) 통역도 번역도 준비가 최우선 입니다!!

Q. 재학 중인 후배나 한동대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각 사람마다 개개인의 영어실력 차이가 분명 있고 또 장단점도 모두 다 다르다보니 획일화된 공부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스스로에 대해서 만큼은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장점을 어떻게 살리고 또 단점을 어떻게 보완할지를 고민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해외에서 초중고를 졸업해서 영어를 구사해내는 어려움은 없었으나, 그만큼 또 한국어 공부를 토종 한국학생들보다는 더 해야했습니다. 반대로 한국에서 줄곧 자라 영어로 표현하는데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최대한 많고 다양한 영어 인풋과 함께 이미 알고 있는 영어를 꺼내는 연습이 많이 필요합니다. 의외로 영어 소설을 읽는게 영어공부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사실!! 통번역은 공부를 할 때는 늘 과제와 실습에 쫓기고 수업 때마다 크리틱 당하고 혼나느라 몰랐지만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누구든 할 수 있을꺼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Q. 크리스찬 통번역사로서의 특별한 사명과 소명은 무엇일까요? 크리스찬 통번역사로서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크리스찬 통번역사라는 말 자체도 제게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처럼 느껴지는게 제 솔직한 답변이에요. 뭔가 해답을 찾았다고 하기에는 정확한 통번역을 해내기에 급급했던거 같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통역을 하면서 사람의 경지… 그러니까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신적인 존재의 도움을 받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아, 이거 하나님이 하신거구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정말 수십년 동안 입 밖에 내뱉어 본 적 없는 단어가 떠올라서 기깔나게 통역을 했던 날이 있었어요. 물론 그 단어를 어디선가 보고 읽고 또 들었기에 제 뇌리 속 어딘가에 자리잡고 사용되길 기다렸을 수 있죠. 하지만 기도를 하고 통역에 들어갔는데 하나님의 따뜻한 손길과 도우심을 받았던게 한두번이 아니에요.

그리고 성경!!! 열심히 읽어서 손해 볼게 절대 없습니다. 성경이 다양한 장르 그리고 여러 문장구조를 활용하기에 이게 통역과 번역에 도움이 되거든요! 한번은 만찬 통역을 하는 와중에 “무화과”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제가 한 치 망설임도 없이 “fig”를 외쳤어요. 성경에서 보고 배웠던 단어 였으니까요. 행사를 마치고 부장님이 너는 그런 단어는 어떻게 아는거니?라고 물으셔서 성경에서 배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통역사/ 번역사의 직업적 도덕과 윤리에서도 배우지만, 어느 것 하나 더하거나 뺴는 것 없이 정확하게 해내야하는 직업이 저는 기독교 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통역사는 결국 거짓말을 해서도 안되고 할 수 없는 정직한 직업이에요. 그리고 두 언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넘어서 중재자로서도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역사가 사용하는 단어, 통역사의 표정, 목소리 톤, 몸짓 그 모든 것이 기관 대 기관으로 만났을 때 영향을 안 준다고 말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죠. 이런 역할이 크리스챤 통역사로서 참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